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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제7회 언어 정책 토론회 후기

작성자 국립국어원 등록일 2009. 12. 21. 조회수 639

2009년 제7회 언어 정책 토론회 후기


국립국어원에서는 2009년 제7회 언어 정책 토론회를 다음과 같이 개최하였다. 


주제   번역과 식민주의
발표자   정선태(국민대 교수)
일시   2009년 12월 16일(수요일) 16:00~18:00
장소   국립국어원 2층 대회의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국민대 정선태 교수님을 모시고 ‘번역과 식민주의’라는 주제의 강연을 들어보았다. 
  우리는 한국어에 남아있는 ‘고수부지, 노견, 다대기’ 등과 같은 일본어들을 순화하여 ‘둔치, 갓길, 다진 양념’등으로 바꾸어 쓰고자 하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개인, 시계, 산소, 질소, 탄소, 자유, 권리, 독립, 근대, 인권, 철학’ 등과 같이 일본이 서양 문물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번역해 온 전문용어들에 대해서는 일본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 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식 한자어들은 일본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근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번역해낸 말들이다. 한자문화권의 종주국인 중국에서는 근대 일본인들이 한자를 재구성하여 만들어낸 번역어들을 외래어로 명명하고 <한어외래어사전(1985)>에서는 이러한 말들을 일본에서 온 말이라고 밝혀 표기하고 있다. 
  서양 지식의 번역을 통해 빠르게 근대화의 길로 나아간 일본과 달리 근대계몽기 때부터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의 지식인들은 당시 ‘근대=서양’을 일본이나 일본어를 통해 접할 수밖에 없었다. 번역 사업을 체계적으로 펼칠 수 없었던 한국은 한자어라는 언어적 동질성 때문에 근대계몽기는 물론 식민지로 전락한 이후에도 일본의 서양어 번역에 의존하게 되었다. 문제는 서양서의 원문을 직접 보지 않고 일본어로 번역된 개념어들을 그대로 번역하면서 생겨났다. 지금까지도 일상적으로 쓰이는 수많은 개념어들이 근대 일본의 노력의 결과임을 밝히지 않고 정확한 의식이나 반성적 성찰 없이 사용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서 번역을 경시하는 경향이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식민주의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식민주의의 잔재들을 드러내놓고 바꿔보려는 노력 없이 숨기기에 급급했던 우리의 현실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때이다. 앞으로는 여러 언어들과의 교류를 통해 모방이 아닌 좋은 점을 본받아 한국어의 발전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강연 후에는 번역을 통한 새로운 어휘 발견의 과정, 번역을 할 때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우리의 문화 속에서 어떻게 바꾸어 쓸지에 대한 고민, 중역(重譯)의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번역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의 변화가 필요함을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다.

2009년 제7회 언어 정책 토론회 정선태 교수님 사진   2009년 제7회 언어 정책 토론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