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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위기의 제주어 - 국립국어원, 제주 지역어의 생태 지수를 재다 -

작성자 국립국어원 등록일 2009. 4. 9. 조회수 4344

소멸 위기의 제주어
- 국립국어원, 제주 지역어의 생태 지수를 재다 - 


□ 국립국어원은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과 함께 제주어의 보존 지수와 소멸 지수를 조사하였다. 이 조사는 급격히 사라져 가는 제주 지역어의 보존 상황과 소멸 상황에 대한 실증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또한 언어의 삶과 죽음을 연구하는 생태언어학의 기초 자료를 마련하고, 제주 어휘에 대한 세대별 인지도 조사를 통해 소멸 가능성이 높은 지역어에 대한 보존 대책을 수립하려는 데도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언어는 탄생, 성장, 사멸을 겪는 유기체와 같은 존재
언중들이 사용하지 않으면 결국 소멸



□ 언어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은 존재로 해당 지역어의 사용자가 감소하거나 해당 지역 어휘의 인지도가 낮아지면 사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본 조사에서는 제주 지역 토속 어휘의 사용자 빈도와 인지도를 측정해 보고자 했다.

◦ 제주도에서 구세대와 신세대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해 있는 구제주시를 중심으로 하여 외곽 8개동(성밖)에 거주하는 총 312명을 조사하였다. 세대는 20대, 40대, 60대 이상 등 세 분류로 제보자를 구분하였고, 남자와 여자의 비율은 각각 50%씩 하였으며, 특히 40대와 60대 이상은 현재 거주지에 30년 이상 거주한 제보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 질문지는 어휘 의미망 중심의 정밀 질문지(‘가’형 질문지- 1년 순환 과정의‘농사’를 중심으로 한 어휘 86개)와 제주 문화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구성된 일반 질문지(‘나’형 질문지-제주 문화 관련 분야별 지역어를 중심으로 한 어휘 90개) 2종류를 작성하였다. ‘가’형 질문지로 조사한 대상자는 총 72명으로 세대별 각각 24명씩이고,‘나’형 질문지로 조사한 대상자는 총 240명으로 세대별 각각 80명씩을 조사하였다.

◦ 인지도를 확인하기 위해 질문지의 답변은 5단계로 나누어서 조사하였다. ① 무슨 뜻인지 알고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쓰고 있다.(사용) ② 무슨 뜻인지 알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이해) ③ 예전에는 썼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다.(예전 사용) ④ 들어보기는 했으나 잘 알지 못한다.(이해 못함) ⑤ 처음 들어보는 말이어서 무슨 뜻인지 모른다.(모름) 결국 인지도 여부를 놓고 볼 때, ①, ②, ③항은‘인지’가 될 것이며, ④항과 ⑤항은‘미인지’가 된다. 일상생활에서 얼마만큼 빈번하게 활용하느냐 하는, 생태언어 측면에서 볼 때 그 강도는 ①항→②항→③항 순이 된다. 



소멸 가능성이 높은(사용 빈도 50% 이하) 어휘가 휠씬 많아



□ 이번 조사 결과 사용 빈도가 50% 이하인 말이 총 조사 대상 어휘(176개)의 80%(140개)로 확인되었다.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대체로 밑이 넓은 이등변 사다리꼴 모양이 되는데, 그만큼 사용하지 않는 어휘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질문지‘가’형에서 인지도가 높은 ①항(사용)의 빈도수가 80% 이상은 4개 어휘(실프다-싫다, 검질-, 호미-, 실르다-싣다) 70% 이상은 3개 어휘, 60% 이상은 3개 어휘인 반면, 50% 이하가 71개(83%) 어휘(20% 미만 31개: 적다-절따말, 간전이-간자말, 살챗보리-겉보리, 함박쿨-병풀 등)로 나타났다. 

◦ 질문지‘나’형에서 ①항(사용)의 빈도수가 70% 이상은 6개 어휘(어디 감수강-안녕하십니까?, 잘 갑서-안녕히 가십시오, 기여-그래, 하영-많이, 갑서-가세요, 가쿠다-가겠습니다), 60% 이상은 6개 어휘인 반면, 50% 이하가 69개 어휘(77%)(20% 미만 38개: 상고지-무지개, 으남-안개, 곡차다-매우 춥다, 상방-대청, 볼뻬-광대뼈, 레기-쌍둥이 등)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어휘가 그만큼 적어지고 있다는 말과 같다.

◦ 어휘의 소멸가능성은 젊은 층의 인지도를 통해 예측할 수 있는데, 20대 젊은 층에서 ④,⑤항(미인지)의 빈도수를 보면, 질문지‘가’형에서 80% 이상은 61개 어휘[총 70.9%](100% 26개: 번쉐, 간전이, 꽝질오리, 청돌와리, 개발시리, 꺽검은조, 소용시리 등)나 되고, 질문지‘나’형에서는 80% 이상은 41개 어휘[총 45.5%](90% 이상 26개: 으남, 걸궁, 사오기, 굴무기, 새비, 하늘레기, 간절귀, 재열, 멘주기, 두미에기, 가달석 등)로 조사되었다. 특히 미인지의 경우, 빈도수가 80% 이상인 말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말이다.

□ 이 조사를 통해서 국립국어원은 제주어의 보존과 소멸의 가능성을 어휘별로 측정할 수 있었다. 앞으로 언어의 생태적 특징을 좀더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멸 가능성이 높은 다른 지역어를 선정하여 이어진 조사를 수행할 계획이다.

□ 언어의 탄생·성장·사멸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러한 조사를 통해 보존해야 할 언어문화 자원을 파악하고, 보존 가치가 높은 향토 언어를 발굴하여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다. 또한 국민으로 하여금 소멸 가능성이 높은 지역어에 대한 보전의식을 고양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공공누리 1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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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국어실태연구팀 김덕호(☎ 02-2669-9741)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