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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제3회 원내 연속토론회 후기

작성자 국립국어원 등록일 2022. 8. 5. 조회수 487

2022년 제3회 원내 연속토론회 후기

2022년 8월 2일 /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


  국립국어원에서는 2022년 제3회 원내 연속토론회를 다음과 같이 개최하였다.

주 제

한국 수어 문법의 이해 – 시각 언어적 특성을 중심으로

발표자

 원성옥 한국복지대 교수

일 시

 2022. 8. 2.(화) 14:00

장 소

국립국어원 1층 강당


  올해 세 번째 원내 토론회에서는 한국복지대 한국수어교원과 원성옥 교수가 ‘한국 수어의 문법 특성’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발표자는 수어가 도상성이 강한 언어이기는 하나, 언어의 보편적 특성인 자의성, 관습성을 지니므로 같은 개념에 대해서도 각 언어마다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였다. 예컨대, ‘집’을 나타낼 때 한국 수어에서는 집의 지붕 모양을 형상화하여 양손을 사선으로 모아 표현하지만, 미국 수어에서는 집의 전체 윤곽을 직선으로 나타낸다. 수어의 특징으로 자의성뿐 아니라 언어 보편적 특성인 규칙성, 생산성(창조성), 역사성, 사회성, 전위성(‘지금, 여기’ 외의 시공간을 표현할 수 있는 성질) 등이 있음도 설명하였다.


  1960년대에 미국의 언어학자 스토키(William C. Stokoe Jr.)는 수어에서 의미의 차이를 가져오는 최소 단위인 수어소(chereme)의 존재를 밝혀냈는데, 이는 음성언어의 음소에 해당한다. 음성언어에서 ‘강’과 ‘감’이 받침 ‘ㅇ’과 ‘ㅁ’의 차이 때문에 의미가 달라지며 이러한 단어의 쌍을 최소대립쌍이라고 하듯이, 수어에서도 최소대립쌍이 존재한다.


  발표자는 수어에서 수형소(손가락의 모양), 수위소(손가락의 위치), 수동소(손가락의 움직임), 수향소(손가락의 방향)에 따른 총 4가지 형태의 최소대립쌍을 소개하였다.


  수형에 의한 최소대립쌍을 설명할 때는 손가락의 구부림 유무가 의미 변별 자질임을 제시하였다. 예컨대, 검지를 펴면 숫자 ‘1’을 의미하고 검지를 구부리면 숫자 ‘10’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숫자 ‘10’을 나타낼 때 손가락을 많이 구부리든 적게 구부리든 구부림의 정도는 의미 변별에 기여하지 않으므로, 이로 인한 차이는 변이형일 뿐이라고 설명하였다.


  수위에 의한 최소대립쌍을 설명할 때는 한 손으로 손가락 5개를 편 채 흔드는 동작에서 엄지를 머리에 대면 ‘닭’을 뜻하고, 엄지를 코에 대면 ‘바보’를 뜻하는 차이가 있음을 예로 들었다. 그리고 수위소는 손가락이 위치하는 범주가 머리, 몸통, 비우세손(非優勢손)인지에 따라, 그리고 접촉 유무에 따라 분류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수동에 의한 최소대립쌍은 다른 동작은 다 같은데 수동의 방향, 형태 등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수어의 쌍으로, 어느 한쪽 손의 검지를 코에 댔다가 천천히 구부렸다 폈다 하면서 몸에서 점점 멀어지는 방향으로 진행한다면 ‘멋있다, 멋지다’를 의미하고, 검지를 코에 접촉했다가 떼는 행위를 두 번 반복한다면 ‘배우다’를 의미함을 그 예로 들었다.


  수향에 의한 최소대립쌍은 손바닥과 손가락의 방향에 따라 의미가 변별되는 수어의 쌍으로, 다섯 손가락을 구부린 채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하여 입 앞에서 왼쪽으로 두 바퀴 돌리면 ‘연습’을 뜻하고, 손바닥을 입 쪽으로 향하게 하여 입 앞에서 왼쪽으로 두 바퀴 돌리면 ‘건청인’을 뜻함을 예시로 들었다.


  다음으로, 음성 언어에서 음운 변동이 일어나듯이 수어의 구성 요소 간 결합이 이루어질 때도 합성 과정에서 반복 수동이 사라지거나 두 요소 사이에서 동작의 첨가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동작이 축소되어 각 요소를 하나씩 나타낼 때 걸리는 시간의 합보다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현상이 있음을 설명하였다. 음성언어와 마찬가지로 합성 과정에서 순행 동화, 역행 동화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음성언어와 달리 형용사 ‘아프다’를 표현할 때는 아픈 부위로 수위가 이동하는 수위 동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며 양손을 써서 쓰는 말이 다른 말과 결합할 때는 비우세손의 움직임이 생략되어 한 손으로만 그 어휘를 나타내기도 하는 등 수어만의 고유한 변동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또, 발표자는 손과 손바닥을 사용하는 수지 단어뿐 아니라 얼굴 표정, 시선, 몸의 움직임 등으로써 어휘적 의미를 나타내는 ‘비수지 단어’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다.


  다음으로, 수어에서 단어 합성이나 파생이 이루어질 때 지숫자나 지문자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소개하였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ㅋ’을 뜻하는 지문자 수형을 취하여 ‘문자’를 주고받음을 나타내는 수동을 함께 표현하고, ‘고속철도 케이티엑스(KTX)’를 나타내고자 할 때 영어 지문자 ‘K’를 이용한 지문자 수형을 한 채 주먹을 쥐고 수평으로 올린 왼팔을 위에서 아래로 빠르게 스치는 동작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어에서는 지형적 공간, 통사적 공간의 활용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수어로 문장을 표현할 때 마치 음성언어를 직역한 것처럼 하면 의미 왜곡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수어 공간에서 임의의 장소를 가리킨 후 특정 명사를 표현하고, 그 장소와 명사를 연결하여 위치 설정을 한 후에 그 위치가 대명사처럼 기능하게 함으로써 공간을 문법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또, ‘A가 B를 돕다’와 같은 말을 표현하고자 할 때, 동사의 이동 경로와 방향의 변화로써 동작의 시작점은 주어, 동작의 끝점은 목적어가 된다고 하였다.


  이번 발표는 한국 수어 문법의 시각 언어적 특성을 중심으로 ‘한국 수어 문법의 특성’을 개괄하는 내용으로서, 국어원 직원들이 한국어와 다른 한국 수어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