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시옷의 원리와 적용 방법
정희창(鄭熙昌) / 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대한 여러 질문 중에서 이전의 사전이나 출판물에 비해 사이시옷이 들어간 표기가 많아진 것 같다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있다. 몇몇 출판물보다 사이시옷이 많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사이시옷에 관해서는 ‘한글 맞춤법’ 제30항에 그 적용 범위와 원리가 밝혀져 있다. 첫째, 사이시옷이 들어가려면 합성어이어야 한다. 단일어나 파생어에는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는다. 둘째, 합성어이면서 다음과 같은 음운론적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난다.(바닷가, 뱃길, 귓병, 텃세)
(2)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난다.(아랫니, 냇물, 곗날, 양칫물)
(3)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난다.(뒷일, 깻잎, 예삿일, 훗일)
이러한 두 가지 요건을 갖추더라도 한 가지 요건이 더 필요하다. 합성어를 이루는 구성 요소 중에 적어도 하나는 고유어이어야 하고 구성 요소 중에 외래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성 요소가 모두 한자어이면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의 여섯 단어를 제외하고는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는다. 또한 구성 요소 중에 외래어가 하나라도 있으면 ‘핑크빛[핑크삗], 피자집[피자찝]’처럼 (1)의 조건을 만족시키더라도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음은 ‘사이시옷 규정’에 따라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예들이다. 그런데 아래의 사이시옷이 들어간 표기를 어색해 하는 경우가 많다.
(4) ㄱ. 값:절댓값[절때깝], 나잇값[나이깝], 담뱃값[담배깝]
ㄴ. 길:등굣길[등교낄], 혼삿길[혼사낄], 찻길[차낄], 뱃길[배낄]
ㄷ. 집:맥줏집[맥쭈찝], 횟집[회찝], 양갓집[양가찝], 부잣집[부자찝]
ㄹ. 빛:장밋빛[장미삗] 구릿빛[구리삗] 햇빛[해삗]
ㅁ. 말:혼잣말[혼잔말], 시쳇말[시첸말] ↔ 머리말[머리말], 인사말[인사말]
ㅂ. 국:만둣국[만두꾹], 고깃국[고기꾹], 북엇국[북어꾹], 배춧국[배추꾹]
ㅅ. 과:고양잇과[고양이꽈], 멸칫과[멸치꽈]
‘절댓값, 등굣길, 맥줏집, 장밋빛, 혼잣말, 만둣국, 고양잇과’와 같이 사이시옷이 들어간 표기가 눈에 어색하고 오히려 ‘절대값, 등교길, 맥주집, 장미빛, 혼자말, 만두국, 고양이과’와 같이 사이시옷이 없는 표기가 익숙하다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사이시옷 표기가 많아졌다는 지적은 바로 위의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절때깝]으로 발음하는 한 ‘절댓값’으로 적는 것이 옳다. 표준어 [절때깝]을 적는 방법에는 ‘절대깞’과 ‘절댓값’과 같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이 중에서 ‘절댓값’으로 적도록 한 것이 ‘한글 맞춤법’ 제30항에서 밝히고 있는 사이시옷의 원리이다. 마찬가지로 [등교낄], [혼사낄], [맥쭈찝], [장미삗], [만두꾹]으로 소리 나는 표준어를 ‘등굣길, 혼삿길, 맥줏집, 장밋빛, 만둣국’으로 적는다. ‘머리말’과 ‘인사말’은 표준 발음이 [머린말]과 [인산말]이 아니라 [머리말]과 [인사말]이기 때문에 즉, ‘머리말’과 ‘인사말’이 표준어이므로 소리 나는 대로 ‘머리말’과 ‘인사말’로 적는 것이 옳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사이시옷이 들어간 표기가 많아 보인다는 지적은 1988년에 개정된 ‘한글 맞춤법’이 아직도 제대로 보급되지 못했음을 뜻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한글 맞춤법’의 규정만으로는 사이시옷을 올바르게 적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사이시옷 문제를 해결할 만한 좋은 길잡이가 없었던 데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출간으로 사이시옷이 제 자리를 찾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