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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다’ 인가? ‘담배를 피다’인가?


정희창(鄭熙昌) 국립국어연구원



‘담배를 피우다’라고 쓰는 것은 옳지만 ‘담배를 피다’라고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할지 모른다. 만약 국어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내로라하는 국어사전에 ‘피다’가 ‘피우다’의 준말로 되어 있음을 찾아내고 ‘담배를 피다’로 쓰는 것은 국어사전에서 이미 공인한 것이 아니냐며 국어사전에서 한결같이 ‘피다’를 ‘피우다’의 준말로 다루고 있는데 ‘담배를 피우다’만이 옳고 ‘담배를 피다’는 옳지 않다고 주장할 만큼 분명한 증거가 있느냐고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피다’가 ‘피우다’의 준말이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는 무엇보다도 ‘피다’가 ‘담배를 피다’와 같이 목적어를 취하는 타동사가 아니라는 점을 들 수 있다. 국어에서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에 접미사 ‘-우-’가 결합하면 목적어를 취하는 타동사가 되는 현상이 있다.

위의 동사들처럼 ‘피다’ 또한 ‘장작이 젖어서 불이 잘 피지 않는다’와 같이 목적어를 취할 수 없는 자동사였는데 ‘-우-’와 결합함으로써 목적어를 취하는 타동사로 바뀌어 ‘모닥불을 피우다’와 같이 쓰이게 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피다’가 목적어를 취할 수 없는 자동사이기 때문에 ‘담배를 피다’라고 쓰는 것은 국어의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피다’가 목적어를 가지지 못하는 말이었다는 또 다른 증거는 옛말에서 찾을 수 있다. ‘피다’의 옛말인 ‘프다’와 ‘픠다’, ‘퓌다’는 자동사로 쓰이고, 접미사 ‘-오-/-우-’가 결합한 ‘픠오다’, ‘픠우다’, ‘퓌오다’, ‘퓌우다’는 타동사로 쓰인다. ‘새다’도 자동사로만 쓰일 뿐 타동사로는 쓰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국어의 문법에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담배를 피다’를 널리 쓰고 있으므로 ‘담배를 피우다’와 ‘담배를 피다’를 둘 다 인정해 줄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피다’를 제외하고는 타동사적인 용법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이 또한 인정하기 어렵다. (*은 문장이 성립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결론적으로 ‘담배를 피다’는 옳지 않고 ‘담배를 피우다’가 옳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