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도 국어학의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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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언어 교류
  Ⅱ. 국어 분야별 동향
  남북 언어 교류
이 승 재  / 국립국어원

  1. 머리말

  국립국어원에서 남북의 언어 교류를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이다. 국립국어원은 2001년 중국 베이징에서 ‘세계 속의 조선어(한국어) 어휘 구성의 특징과 어휘 사용 실태에 관한 연구’라는 학술 회의에 참가하여 북한의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와 만났고 이 자리에서 남과 북이 앞으로 언어 교류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만나자는 의견을 전달하였다. 그 후 2003년 11월에 중국 베이징에서 학술 회의를 가질 수 있었고 2004년에는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중국 베이징과 선양에서 학술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
  남과 북이 언어 교류를 통하여 만남의 시간을 늘려 나간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남과 북의 문화 교류는 언어 교류를 그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언어 교류는 남과 북의 문화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남북의 언어 교류는 그 첫 단계로 남북의 언어 자료를 지속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다. 남북 언어 교류에서 남북 언어 자료의 교환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과 북에서 쓰이는 언어 자료 중에서 남과 북 모두 시급하게 보존해야 할 자료가 있다. 그것은 방언 자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현지 방언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기 때문에 방언 자료는 되도록 빨리 녹음하여 문자로 기록(전사)하고 이를 적절한 장소에 보존해야 한다. 녹음된 자료를 문자로 기록할 경우 녹음 자료를 풀어쓰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기록된 문자가 다를 수 있지만 물리적인 녹음 자료의 경우에는 한 번 제대로 녹음해 두기만 하면 언제라도 그 자료를 같은 상태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는 2003년부터 북쪽의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와 정보를 교환하여 남북이 같은 원칙과 지침을 가지고 말뭉치 구축과 방언 조사를 해 나가기로 하였다.
  말뭉치의 경우 그동안 추진해온 21세기 세종계획 등에서 많은 지침이 확립되어 큰 불편없이 자료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방언 조사의 경우는 남과 북 모두 문화유산의 보전이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접근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작업 절차 마련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였다. 2003년 말에 있었던 학술 회의에서는 남과 북이 서로의 원칙과 지침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2004년에는 구체적인 지침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였고 2005년에는 남과 북에서 각각 시범적인 자료 조사를 벌이게 되었다.
  말뭉치와 방언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러한 작업은 신어, 전문 용어 등의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 그리고 조사 분야가 확장되면 이러한 자료들을 모아 남북 언어 통합 작업의 기반인 사전 편찬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2004년부터 남북 통합 사전 편찬에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북쪽의 민화협(민족화해협의회)과 남쪽의 (사)통일맞이 간에 남북 통합 사전인 ‘겨레말큰사전’을 만들자는 의향서가 작성된 것이었다. 문화관광부에서는 통일부 지원을 얻기 위해 2004년에 일부 예산을 배정하였고 문화관광부에서 수행하던 국어 정책 기능이 2004년 말 국립국어원으로 이관되면서 2005년 국립국어원에서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을 지원하게 되었다.
  2005년 2월 20일 금강산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남북 편찬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남쪽은 시인 고은을 상임위원장으로, 연세대 홍윤표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추대하였고 북쪽은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의 문영호 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추대하였다. 겨레말큰사전 남북 공동 편찬 위원회는 문인과 학자들을 중심으로 남쪽 10명, 북쪽 10명으로 꾸려지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 겨레말큰사전 편찬 작업은 탄력을 받으며 실무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겨레말큰사전 남북 공동 편찬 위원 명단은 아래와 같다.
지역 이 름 소 속
남측 고 은   상임위원장, 통일맞이 이사, 시인
홍윤표   남측공동편찬위원장,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재용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오봉옥   시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이태영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희자   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정도상   편찬사업회 상임이사, 통일맞이 집행위원장, 소설가
조남호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조재수   편찬사업회 편찬실장, 사전 편찬인
홍종선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북측 문영호   조선언어학학회 위원장, 북측 공동위원장
정순기   조선언어학학회 부위원장고인국조선사회과학원 부원
고인배   조선사회과학지도위원회 처장
권종성   조선 사회과학원 실장
리명복   조선사회과학지도위원회 위원
방린봉   조선 사회과학원 실장
윤춘현   조선사회과학지도위원회 국장
최병수   조선언어학학회 서기장
허일룡   민족화해협의회 과장

  2005년에는 3차의 편찬 회의를 거치며 겨레말큰사전의 편찬 방향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1. 제1차 전체 회의

① 일시/장소 : 2005년 2월 21일 / 금강산호텔
② 내 용 : 사전 편찬 방향 협의

   1.2. 제2차 전체 회의

① 일시/장소 : 2005년 7월 10일 / 평양 인민대학습당
② 내 용 : 겨레말큰사전 공동 편찬 요강 검토 및 합의

   1.3. 제3차 전체 회의

① 일시/장소: 2005년 8월 15일~16일 / 서울
② 내 용 : 제4차 회의 의제 협의, ‘남북 어문규범 단일화 모임’ 구성 및 운영 합의

  특히 제3차 회의에서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남북 어문규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남북 어문규범 단일화 모임’을 만들기로 하였고 이 모임은 2006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되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2005년 말 국회를 거치면서 통일부로부터 본격적인 예산을 지원받게 되어 2006년부터는 통일부에서 사업을 수행하게 되었다.
  2005년 9월 22일부터 23일까지 중국 선양에서는 제7차 국제 고려학회 국제 학술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는 남측, 북측, 중국을 비롯하여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였다. 특히 북측에서 태형철 조선 사회과학원장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여 역대 대회 중 북측 참가자가 가장 많은 대회로 기록되었다.
  이 회의는 이선한(베이징대) 국제 고려학회 아시아분회장의 사회로 고구려에 관련된 최광식(고려대) 서울지회장과 김정영(조선 사회과학원 부원장) 평양지부 회장의 기조 연설로 시작되었다. 이후 학술 대회는 언어, 문학, 역사, 경제, 철학·종교의 5분과로 나누어 진행이 되었는데 언어 분과에서는 남북 언어의 통일 문제를 주제로 김진우 일리노이대 교수의 사회로 남기심 한국 국립국어원장과 문영호 조선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장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가 열렸다.
  남기심 원장은 남북 언어의 이질화가 아직까지는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이러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고 남북 공동으로 말다듬기 작업을 해야 하며 여러 학문 분야의 전문 용어 통일 작업과 일제 강점기 때 바뀐 우리말 지명을 되찾는 작업을 남북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하였다. 문영호 소장도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의 경과를 이야기하면서 남과 북의 지속적인 교류를 강조하였다. 그 외 전문 용어와 학술 용어의 통일 방안, 문장 부호, 국어사 시대 구분 등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 전문 용어의 경우 남과 북의 단일한 접촉 통로에 의하여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제7차 국제 고려학회는 매우 좋은 분위기에서 출발을 하였으며 학회 이후에 선택적으로 이루어진 고구려 유적 답사에서는 남과 북의 역사학자들이 모여 우리 선조들의 흔적을 찾아가며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하였다. 이 회의는 2007년 평양에서 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며 끝을 맺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제7차 국제 고려학회를 통하여 말뭉치와 방언 및 전문 용어에 관련된 향후 자료 조사 방안을 중국 및 북측과 논의할 수 있었고 그 결과 2005년 12월에 중국 선양에서 열린 ‘민족어 어휘 구성의 변화와 통일적 발전’이라는 제목의 학술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회의는 12월 13일과 14일 양일 간에 걸쳐 중국 선양의 삼륭중천 주점에서 열렸으며 남과 북, 중국의 관련 학자 26명이 참석하였다. 이 때 참석한 참가자는 아래와 같다.

지 역 소 속 직위(직급) 이 름
남측 국립국어원 원장 남기심
국립국어원 언어정책부 부장 김하수
국립국어원 언어정책부 학예연구관 이승재
국립국어원 언어정책부 학예연구사 조태린
국립국어원 국어생활부 학예연구관 박민규
국립국어원 국어생활부 학예연구사 김원희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수 권재일
세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박경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서상규
전주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 소강춘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기갑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홍윤표
북측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소장 문영호
사회과학원 대외사업처 실장 권종성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실장 홍석희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연구사 박상훈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연구사 박명훈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연구사 김영렬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연구사 오금화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연구사 로춘반
사회과학원 과학지도국 부원 리명복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연구사 박성일
사회과학원 대외사업처 처장 곽선욱
중국 선양시 조선민족문화연구소 소장 전정환
연변대학교 민족연구원 원장 최문식
연변대학교 조선어문학부 교수 최희수


  이 회의에서는 민족 방언의 공동 연구와 우리말 정보화 연구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벌였으며 특히 방언 조사에 관련된 집중적인 토론을 벌였다. 대회 참가자들은 방언(지역어) 조사 작업의 내용과 문제점, 방언의 컴퓨터 처리 문제, 방언 자료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 방언 조사를 위한 그림 자료의 활용, 지명과 어휘 자료 문헌에 남아 있는 고유어 유산, 민속적인 어휘 부류의 다양성과 풍부성 등에 대하여 ‘민족 방언의 공동 연구’ 분과(제1분과)에서 논의하였으며 우리 말 어휘빈도수 조사 방법, 남북 국어학 용어 시소러스 구축, 구어 말뭉치 구축, 형태 분석 말뭉치 분석 표지 등에 대하여 ‘우리말 정보화’ 분과(제2분과)에서 논의하였다.
  이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실제 조사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담은 것들이 많았다. 2004년 학술 회의에서는 언어 조사에 대한 큰 원칙을 담고 있는 발표들이 많았는데 2005년 학술 회의에서는 세부적인 논의를 담고 있는 발표가 많아져 남북 언어 교류가 진전되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하였는데 이는 실제 조사 작업이 남과 북에서 모두 궤도에 올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회의에서는 방언 조사와 말뭉치 구축에 관련된 좀 더 깊은 논의를 할 수 있었는데 논의한 사항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3.1. 방언 조사 관련

이번에 남과 북이 조사한 내용(전사 자료, 음성 파일 등)을 활용하기 쉬운 XML 형식으로 바꾸고 음성 파일의 길이도 좀 더 길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함
전사하는 양을 항목 중심으로 하지 않고 전사 시간으로 하여 실질적인 전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함
남쪽에서 만든 2005년 용역 결과 보고서 초안을 지침서로 삼아 작업을 진행하면 좋을 것임
 

    1.3.2. 우리말 정보화 관련

말뭉치 구축의 향후 방향: 문어 말뭉치도 구축해야겠지만 방언 자료의 수집과 더불어 구어 전사 말뭉치와 음성 말뭉치의 구축도 고려하는 것이 좋음: 남과 북 모두 앞으로 노력해야 할 사항임
우리말 정보화와 관련된 분야 논의
말뭉치: 균형 말뭉치 구성을 목표로 하여 가능한 다양한 분야의 문헌을 입력하되 사전 입력 자료, 전문 분야 서적, 신문, 잡지 등을 우선적으로 선정하여 작업하는 것이 좋음
- 국어학 관련 논저 목록과 그에 따른 논문 원문(입력 자료 또는 PDF, 스캔 자료)을 입력 대상으로 삼는 것이 좋음
- 국어학 용어 시소러스 구축을 위한 기반 자료를 만들기 위하여 1960년대 이후 국어학 관련 논저 원문 자료를 입력 대상에 넣는 것이 좋음


  최근 ‘겨레말 큰사전’ 사업을 통하여 남북 언어 교류의 통로가 확대되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남북의 언어 자료를 자유롭게 교환하여 활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남북이 분단되어 서로 다른 언어 정책을 펴 온 것이 벌써 50년이 넘는다. 그동안 남과 북의 언어는 필요에 따라 관습화하거나 변화하였다. 언어는 인위적으로 통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남북 언어의 교류는 서로 상대방의 관습화된 언어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부분적인 대화에서는 남과 북이 서로 큰 불편없이 공통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요소들도 적지 않다.
  남북 언어에서 차이나는 요소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관습화한 언어보다는 앞으로 새로 만들어질 언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날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신어나 각종 전문 분야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전문 용어이다. 이들은 많은 부분 남과 북 모두 아직 관습화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남과 북이 공동으로 신어 발굴 작업이나 전문 용어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이를 남북 공동 사전으로 출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남북 언어 통합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다.
  남북 언어 교류는 이제 시작이다. 남북은 아직 서로의 언어 상황과 언어 관습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관습은 함께 짊어지고 나아가더라도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관습은 남과 북이 공감대를 형성하여 단일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남북 언어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