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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 국어학의 연구 동향
  어휘론·의미론·사전 편찬학
전영철 / 서울대

  1. 머리말

  이 글에서는 2004년에 발표된 한국어 의미론에 관한 논문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예년에는 어휘론 및 사전편찬학을 의미론과 함께 기술하였는데, 이번에는 범위를 축소하여 의미론만을 기술의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의미론으로 그 범위를 한정한다고 하더라도 다소간 모호한 면이 있다. 의미론이라고 하면 보통 좁은 의미의 의미론과 넓은 의미의 의미론의 두 가지 뜻으로 쓰이는데, 이 글에서는 넓은 의미의 의미론에 해당하는 분야를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따라서 대략 어휘의미론, 문장의미론, 화용론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기술하고자 한다.
  또 한 가지가 예년과 다른 면이 있다. 예년에는 한 해에 발표된 거의 모든 논문들을 소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를 지양하고 그 해의 두드러진 연구 성과들이 부각되도록 하라는 부탁을 단단히 받았다. 이러한 의도를 반영하고자 각 분야별로 여러 분들의 관심을 받았던 몇 가지 주제들만을 골라서 기술하여, 2004년의 연구 흐름이 어느 정도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그러나 시간적인 한계도 있고 능력이 미치지 못하기도 하여 여러 좋은 논문들을 충분하게 언급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2. 어휘의미론

  예년과 마찬가지로 2004년 한 해 동안에도 어휘를 다루는 논문의 수가 무척 많았다. 그중에 많은 연구가 어휘의 의미만을 다룬 것이 아니어서 그것들을 모두 어휘의미론의 분야로 처리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어휘에 대한 연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의미와 관련된 논의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어휘를 다루는 논문들 중에서 어휘의미론의 분야에 속하는 것들을 꼭 집어 가려내어 어휘의미론 분야의 논문 수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힘들다. 대략 살펴볼 때, 한국어 어휘와 관련하여 박사 학위 논문은 10여 편, 석사 학위 논문은 100여 편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학위 논문들과 50여 편의 일반 논문들이 2004년에 발표되었다. 어휘와 관련되어 학위 논문의 비중이 크게 높은 특징을 보인다.
  이 글에서는 어휘의미론의 범위를 상당히 제한하여 어휘 의미의 체계와 관련된 몇 가지 주제들만을 서술하고자 한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자연언어처리와 관련하여 어휘의 의미를 연구하려는 노력이 뚜렷하다는 사실이다. 중의성의 해소를 자연언어처리와 적극적으로 연계시키려는 노력도 있었고, 온톨로지에 대한 연구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이러한 경향들을 중심으로 하여 연구의 결과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2.1. 어휘 관계

  어휘 관계란 동음이의 관계, 다의 관계, 반의 관계, 상·하위 관계 등을 일컫는데, 2004년의 연구들은 대부분 다의 관계의 연구에 집중되었다. 이것은 자연언어처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상황과 크게 관련이 있다. 다의어의 적절한 처리가 자연언어처리에서 큰 문젯거리로 부각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이 경주된 결과이다. 다의어에 대한 이론 언어학적 측면이 강조된 논문들도 있고 자연언어처리와 직접 관련된 논문들도 있다.
  어휘 관계 중에서 다의 관계가 집중적인 관심을 끄는 중에 어휘 관계 전반에 걸친 연구로 신중진의 박사 학위 논문 <개화기 신문·잡지의 인간 관련 명사 어휘 연구>가 있다. 이 논문은 개화기 신문·잡지를 데이터베이스화한 약 240만 어절의 말모음(corpus)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개화기의 시사적인 주요 화제 영역 160개를 구축하고, 그 대상이 된 명사 어휘의 어휘 관계 및 개별 명사 어휘의 특성을 기술한다. 특이한 사항으로는 화제 영역을 설정하기 위하여 ‘영역결정술어’라는 개념을 고안한 것이다. 영역결정술어란 “일정한 양의 말모음에서 고유의 화제영역으로 묶일 수 있는 명사 어휘들을 논항으로 취하되, 명사 어휘들의 어휘 관계를 구명할 수 있을 정도로 실증적 용례가 충분히 추출되는 술어 용언”이라고 정의한다. 영역결정술어를 통해 설정된 화제영역별로 유의관계, 반의관계, 상위-하위관계, 부분-전체관계, 은유/환유, 존대어화/비속어화, 단어족 등이 추구된다. 그리고 축적된 화제영역별 자료를 바탕으로, 개화기의 주요 명사 어휘가 여러 화제 영역에 걸치는 경우를 고찰하여, 그 어휘들의 다의 관계를 밝히고 있다.
  신중진의 박사 학위 논문 외에는 어휘 관계 전반에 걸친 연구가 없으며, 다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만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다의 관계를 연구한 박사 학위 논문으로 차준경의 <국어 명사 다의 현상의 체계성 연구>가 있다. 이 논문의 특징은 체계적 다의성(systematic polysemy)의 개념을 확립하여 이를 한국어 명사 체계에 적용시켰다는 점이다. 문맥에 따라 여러 가지의 의미로 실현되는 다의어의 의미들 사이에는 논리적인 관계가 존재하며, 이 논리적인 관계가 일정한 의미 부류에 속하는 어휘들에 통용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리적 관계를 찾아 유형화할 수 있으며, 새로운 명사가 문맥에 출현하였을 때에는 체계적 다의성에 의거하여 그 의미를 예측할 수도 있음을 보인다. 명사를 실체명사, 사건명사, 상태명사로 분류하여 각 명사류에서 실현되는 체계적 다의성을 제시하고 있다.
  신중진과 차준경의 박사 학위 논문은 언어이론적인 측면이 강조된 어휘 관계의 연구이다. 그런데 2004년은 자연언어처리와 관련된 어휘 관계의 연구, 좀 더 구체적으로는 다의 관계의 연구가 주류를 이룬다. “동사의 다의와 전자사전에서의 표상”(김현권), “한국어 자동처리를 위한 구 단위 정보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중의성 명사의 동사구 데이터베이스 NAMBV를 중심으로-”(남지순), “분포를 통한 부사 ‘그만’의 중의성 해소 연구”(김진해)를 통해 이러한 흐름을 정리해 보자.
  “동사의 다의와 전자사전에서의 표상”(김현권)은 전자사전에서의 다의 기술 방법으로 멜축(I. Melčuk)과 그로스(G. Gross)의 전자사전 구축에서 사용된 방법들을 비교하여, 장단점들을 논의하고, 전자사전에서 다의를 기술하는 보다 합리적이면서도 경제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멜축과 그로스의 두 사전은 단순한 언어 데이터베이스의 기능만을 가지고 있을 뿐, 기술적인 면에서 이를 형식화하여 어휘 의미지식을 처리하는 표상의 층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언어 어휘의미 자료를 조직하여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으로 명칭론적 구성 포맷을 제안하며, 다의 표상의 형식화 방안을 유형화된 자질구조로 표상하는 방식도 제시한다.
  “한국어 자동처리를 위한 구 단위 정보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중의성 명사의 동사구 데이터베이스 NAMBV를 중심으로-”(남지순)는 컴퓨터에 의한 한국어 텍스트의 자동 분석 시 발생하는 중의성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언어 정보를 단어 차원으로부터 확장하여 구(phrase) 단위 차원에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의 일환으로 얻은 성과이다. 이 논문은 ‘중의성명사+동사’의 구 단위의 기초 자료를 실제로 구축하는 작업을 단계별로 보여 준다.
  “분포를 통한 부사 ‘그만’의 중의성 해소 연구”(김진해)는 부사 ‘그만’의 중의적인 실현을 통해, 자연언어의 중의성 해소를 위해서 문장 단위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통사·의미론적 요소들이 적극적으로 이용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어떤 언어 표현의 중의성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항상 담화 차원의 요소가 개입한다는 문맥 중심주의를 거부하고, 문장 단위에서 중의성 해소에 참여하는 요소들을 먼저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담화적인 요소나 억양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말뭉치를 통해 광범위하게 수집한 ‘그만’의 예들을 분석하여 ‘그만’의 중의성이 해소될 수 있는 통사·의미론적인 요소들을 추출해낸다.


      2.2. 온톨로지

  온톨로지란 원래 철학의 한 분야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의 종류, 그 본성과 관계 등에 대한 연구를 일컫는다. 그 뒤 인공지능 분야에서 지식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며, 요즈음은 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통용되는 정의를 소개하기 어렵다. 이 개념은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하여, 지식의 조직과 재사용을 위해 또는 추론을 위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한국어에 대한 자연언어처리의 일환으로 온톨로지 개념에 입각한 한국어 어휘부의 기술 및 의미망의 구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온톨로지를 기반으로 하는 개념 구조와 어휘기술”(신효필)과 “온톨로지에 기반한 한국어 동사 의미망 구축 시고 - 싸움〉온톨로지를 중심으로-”(도원영·이봉원·최경봉·한정한)라는 두 편의 논문이 언어학자들에 의해 발표되었다.
  “온톨로지를 기반으로 하는 개념 구조와 어휘기술”(신효필)은 언어 중립적인 개념체계를 설정하고 각 언어의 실제 어휘들이 이 개념체계에 맞게 사상되어 문맥 의미 표상(text meaning representation)의 형태로 표시되는 방식을 제시한다. 이전의 한국어 의미 부류의 연구들이 보여 주는 분류 체계는 분류상의 계층에 불과하며 공통된 속성의 계승 등 의미 유형들의 관련성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편, 개념적인 측면과 언어의 실제 사용을 분명히 구분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전의 연구들은 이러한 구분이 분명하지 않아서 분류가 비일관적이고 여러 방면에 쓰일 수 있는 지식기반으로서의 가능성이 차단되었다고도 비판한다. 따라서 지식기반으로 언어 중립적인 개념체계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 체계는 기존의 한국어 어휘 부류화 연구에서 구축된 개념 구조와는 다른 방식으로 구축된다고 밝힌다. 기존에는 논리적으로 혹은 이론적으로 연역적 방식에 의해 개념 구조를 구축하였으나, 이 언어 중립적인 개념 체계는 기본적인 개념 구조를 바탕으로 이 개념의 실제 어휘와의 사상에 의해 필요한 새로운 개념이 획득되기도 하고 기존의 개념이 수정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연역적인 방식과 실제 어휘의 특성을 반영하는 개념체계 구성이라는 귀납적인 방식이 결합된다고 한다. 한편, 이러한 개념체계를 실제 어휘로 사상시켜 놓을 때 실제 어휘들의 다의어적 속성이 효과적으로 파악될 수 있어서 자연언어처리를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음도 보여 준다.
  “온톨로지에 기반한 한국어 동사 의미망 구축 시고 -〈싸움〉온톨로지를 중심으로-”(도원영·이봉원·최경봉·한정한)는 온톨로지에 기반을 둔 한국어 동사의 의미망 구축을 제안하고, 이를 이용하여 동사 의미망의 구축 사례를 제시한다. 이전의 지식기반에 바탕한 자연언어처리가 대개 명사의 의미망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동사로 범위를 확대하여 의미망 구축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는 어휘 체계를 온전하게 수렴할 수 있는 의미망을 구축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동사 의미망은 형식이 주가 되어 연결되는 망이 아니라 의미 내용이 주가 되어 연결되는 내용망이므로 같은 형식을 갖는 동사 항목이라도 여러 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이들 의미는 각각 다른 망에 연결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언어적 환경에서 실현되는 낱낱의 의미를 센스, 영역 온톨로지, 상위 온톨로지에 단계별로 귀속시켜서 한 동사 항목의 의미망을 최종적으로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3. 문장의미론

  단어보다 큰 단위에서, 대략 문장의 차원에서 실현되는 의미 현상들에 대한 연구들은 주로 문법형태소들의 의미를 다룬 것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법형태소의 의미에 맥락과 관련된 요소들이 개입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이 절에서 문장의미론으로 편입시킨 아래의 연구들 중 여러 편이 이러한 모습을 보인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들은 의미·화용론적 연구라 하겠다. 어미, 조사, 양태, 논항의 순으로 문장의미론 분야의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자.


      3.1. 어미

  이종희의 박사 학위 논문 <국어 종결어미의 의미 체계 연구>는 현대 국어의 종결어미들의 의미 체계를 발화 상황에서 말하는이의 의도에 따라 분석한다. 말하는이의 의도를 의사소통과 감정표출의 두 가지로 나누어, 종결어미를 의사소통적 기능과 표출적 기능으로 크게 구분한다. 의사소통적 기능이란 말하는이가 듣는이와 상호 의사 전달 행위를 하는 것으로, 행위를 지시하거나(행위 기능), 정보를 주고받거나(정보 기능), 지각이나 사유를 통한 인지 작용의 결과를 전달하는 것(인지 기능)으로 나눈다. 그리고 행위 기능은 다시 [약속], [의지], [시킴], [요청], [허락], [권유]로 세분하며, 정보 기능은 [알림], [서술], [질문], [문제제기]로, 인지 기능은 [확인], [추측], [이유], [단정]으로 또 나눈다. 한편, 표출적 기능이란 말하는이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으로 표출 기능 하나를 설정하고 이를 [감탄], [불평], [의심], [무관심], [기원], [염려], [강조]의 의미로 세분한다. 그리고 이렇게 설정한 의미 분류를 통해 종결어미의 다의성을 설명하는 장치로 사용하며, 종결어미의 다의 관계를 통해 종결어미가 행위를 나타내는 구체적인 의미에서 인지나 감정을 나타내는 추상적인 의미로, 말하는이 중심의 사고에서 듣는이 중심으로 의미가 번져 간다고 파악한다.
  “‘-다가’의 의미 확대”(이기갑)는 ‘-다가’의 네 가지 용법으로 ‘나열, 전환, 인과, 조건’을 확인하고, 이들 중에서 ‘전환’이 원초적 의미이며 여기에서 ‘전환 → 나열’ 및 ‘전환 → 인과 → 조건’의 방향으로 의미 확대가 진행되었음을 입증한다. 그런데 전환, 인과, 조건의 각 단계에서 말할이의 해석이 개입될 여지를 살펴서 ‘전환 → 인과 → 조건’의 의미 확대는 말할이의 해석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즉 ‘주관화’로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전환과 인과의 해석이 모두 선·후행절의 주어가 같아야 한다는 제약을 보이며, 또 인과와 조건이 후행절에 의지적 서법이 오지 못하는 등의 의미적 제약을 공유한다는 점을 들어서 인과의 해석이 한편으로는 전환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조건과 연결됨을 보임으로써 ‘전환 → 인과 → 조건’의 방향이 올바르다는 증거로 삼는다. 한편, 추정성과 조건성이 강할수록 ‘-다가’보다는 ‘-다가는’이 선호되는 경향을 확인하여 ‘-다가 → -다가(는) → -다가는’으로의 재구조화 방향도 제시한다.
  “종결어미 ‘-니’의 기능과 의미”(김수태)는 한국어의 문장종결법이 종결어미만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명제와 종결어미 및 수행억양에 의해서 드러난다는 입장에서 종결어미 ‘-니’의 사용상의 제약 및 의미적 특성을 모색한다. 우선 ‘-니’는 선어말어미에서 전이된 것으로 선어말어미로 쓰일 때의 실현 제약에 의해 서술법과 물음법에만 나타나며, 이 두 종결법에 쓰이는 ‘-니’는 동음이의 형태가 아니라 하나의 종결어미이고, 명제와 수행억양의 다름에 의해 문장종결법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니’는 항상 들을이를 전제로 한 발화에 쓰이고, 아주 낮춤의 대우 등분을 나타내며, 그 의미로 들을이에 대한 불만과 불평을 가진다고 파악한다.
  “한국어 어미 {-시-}와 무정성”(최재웅)은 ‘존칭체언이 현실적으로는 유정물을 지칭하면서도 문법적으로는 무정체언에 속한다.’는 박양규(1975)의 무정화 가설에 대한 기존의 입장들을 살펴보고, 무정화 가설이 임의적으로 제한된 자료에 근거한 잘못된 가설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존칭 유정체언의 {-시-}로 인한 무정화 가설이 매우 신선하고 또 파격적으로 경어법에 보다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마련해 준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박양규(1975)에서의 논거들이 불충분하고 또 검증되지 않은 전제들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완의 주장이라고 판단한다.
  “서술의 시점과 국어 문법 현상의 이해”(석주연)는 ‘시점의 전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면 중세국어의 문법형태소 ‘--’, ‘-오-’ 등의 출현에 있어 예외로 간주되었던 용례들을 새로이 해석할 수 있음을 보인다. 시점의 전이를 ‘화자(혹은 서술자)가, 발화의 목적에 따라 화자가 기술하고 있는 사태에 참여하는 인물들에 대해 정도 차를 가지고 자신과 동일시하는 현상’이라고 파악하며, 이 개념을 국어 문법 현상의 기술, 설명에 수용할 것을 제안한다.
  “국어의 인과문 -형식적 및 인지화용적 접근방식 그리고 문법과 화용론 사이의 역할 분담-”(최규련)은 ‘-어서, -니까’ 및 ‘그래서, 그러니까, 왜냐하면’ 등에 의해서 실현되는 한국어 인과문의 인과성 분석을 위해 형식적 그리고 의미적 관계에 의한 논의와 인지화용론적 논의의 접목을 시도한다. Sweetser(1990)의 인지화용적 세 층위인 내용 영역, 인식 영역, 화행 영역의 층위에 텍스트/담화 층위를 첨가하여 다층위적 논의를 시도하며, 문법과 화용론의 역할 분담을 제안한다.
  조건의 연결어미 ‘-면’과 ‘-다면’의 차이점을 밝히려는 목적으로 두 편의 논문, “Comparison of Two Conditional Connectives -(u)myen and -ta/la-myen in Korean”(염재일)과 “The Korean Conditional Markers myen and tamyen-With Respect to Conditionals in Advertisements” (노은주)가 발표되었다. 이들은 상이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였는데, 염재일은 형식의미론의 방식을 이용한 반면에 노은주는 화용론적 접근 방식을 채택한다. 그래서 둘 다 ‘-면’과 ‘-다면’의 차이가 ‘-다-’의 유무에 있다고 파악하지만, 상이한 방식의 해결책이 제시된다. 염재일은 ‘-다-’가 발화 시간의 관점에서 정의되는 정착(settledness)의 운용자를 도입하고, 이 운용자로 인해 ‘-다면’이 항상 인식론적 해석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노은주는 ‘-다-’가 해석적 사용의 표지(interpretive use marker)여서 전건이 또 다른 표상을 해석하는 까닭에, ‘-다면’의 전건은 내용 영역(content domain) 내의 상황을 기술하기 위하여 사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3.2. 조사

  “조사 ‘을’의 의미에 대하여”(이홍식)는 ‘을’이 격표지도 아니고 의미역표지도 아니며, 독자적인 의미가 있는 조사라고 주장한다. 즉, ‘을’은 전형적으로 동작의 대상이라는 관계를 표현하는 기능을 가진다고 보아서, ‘을’이 나타내는 전형적인 대상 관계는 동작주와 피동작주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고 본다. 그런데 ‘을’은 이러한 전형적인 관계 의미만을 표현하지 않고, 첫째 동작의 대상이라는 관계에서 대상이 동작의 전형적인 대상이 아닌 성분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둘째 동작을 상정할 수 없는 문장, 즉 대상만이 부각되거나 나타나는 문장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을’의 의미를 단일한 의미로 기술하지 않고 다의적으로 처리하는 입장을 취한다.
  “‘만큼’ 비교구문과 ‘처럼’ 비교구문의 이질성”(오경숙)은 기존의 동등비교구문(‘만큼’ 비교구문과 ‘처럼’ 비교구문)과 차등비교구문(‘보다’ 비교구문)의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만큼’ 비교구문과 ‘보다’ 비교구문을 한 범주로 묶어 ‘처럼’ 비교구문과 구별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만큼’ 비교구문과 ‘처럼’ 비교구문이 하나의 범주로 묶일 수 없음을 보이려고 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 첫째 ‘만큼’ 비교구문은 정도성과 관련된 비교인 반면에 ‘처럼’ 비교문은 그렇지 않으며, 둘째 ‘만큼’ 후치사구는 성분부사어의 기능을 하는 반면에 ‘처럼’ 부사구는 문장부사어로 기능하기도 하고 성분부사어로 기능하기도 한다는 차이점을 제시한다.
  “한국어 조사의 하위 부류와 결합 유형”(임동훈)은 한국어 조사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그 하위 부류를 나누고, 각 하위 부류 간에 존재하는 결합상의 제약과 결합 순서를 밝히고자 한다. 의미·통사적인 기준에 따라 격조사를 문법격 조사와 의미격 조사로 나누고, 특수조사를 후치사와 첨사로 나눈다. 논의의 전개가 기본적으로 조사의 분포상의 특성에 의존하지만, 조사의 분포상의 특징이 궁극적으로는 조사의 의미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이 논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조사에 대한 통사적 연구일 뿐만 아니라 의미적 연구이기도 하다.


      3.3. 양태

  박재연의 박사 학위 논문 <한국어 양태 어미 연구>는 한국어 문법 기술에 필요한 양태 범주를 우선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어 양태 선어말어미와 양태 종결어미의 의미 기능을 차례로 기술한다. 우선 양태 범주의 설정과 관련하여, 전통적인 이분법적인 양태 분류의 타당성을 선호하여 ‘인식양태’와 ‘의무양태’(‘행위양태’라는 용어로 대신함)를 구축한다. 인식양태의 의미 영역으로는 정보의 확실성에 대한 판단(확실성 판단, 개연성 판단, 가능성 판단), 정보의 획득 방법(지각, 추론, 전언), 정보의 내면화 정도(이미 앎, 새로 앎), 청자의 지식에 대한 가정(기지 가정, 미지 가정)을 제시하고, 행위 양태의 의미 영역으로는 대타적 조건 부과(명령, 제안, 기원)와 재귀적 조건 부과(약속, 의도, 소망)를 설정한다. 이렇게 제시된 양태 범주의 의미 영역 체계에 근거하여 한국어 양태 표현들을 차례로 기술하는데, 주로 선어말어미와 종결어미를 대표적인 양태 표현 형식으로 간주한다. 한편, 관형사형 전성어미나 명사형 전성어미의 기능은 명제가 표현하는 사실성과 관련된다고 보고 논외로 처리한다. 이 논문은 양태 표현의 분석에 앞서 엄격한 기준에 의거하여 양태 범주 및 의미 영역의 체계를 구축하고, 이렇게 구축된 체계에 충실하게 실제의 표현들을 분석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안주호는 “‘N-이다’ 구성의 양태의미 연구”와 “‘-는 법이다’류의 양태표현 연구”의 논문에서 ‘-는 것이다, -는 터이다, -는 법이다, -ㄹ 줄 알다, -ㄹ 뻔하다’ 등과 같이 명사구를 포함하는 소위 양태 관용표현을 양태의 기능을 수행하는 요소로 파악할 것을 주장한다. ‘터, 법, 뿐, 노릇’ 따위의 형태를 의존명사로 개별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선행하는 보문소와 후행용언과 함께 통합적인 구성을 이루는 것으로 파악하자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설명은, 자립명사에서 출발하여 의미 확장과 함께 자립성을 잃어 의존명사로 쓰이다가 차츰 문법소로 발달해 간다는 문법화의 단일방향성의 가설과 부합됨을 강조하고 있다. “‘N-이다’ 구성의 양태의미 연구”에서는 ‘-는 법이다, - 터이다, - 셈이다, - 뿐이다, - 노릇이다’ 등의 ‘N+이다’ 구성의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는 법이다’류의 양태표현 연구”에서는 ‘-는 법이다, -는 법이 없다, -ㄹ 법하다’와 같이 ‘법’과 관련된 구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한편 <한국어 양태 어미 연구>(박재연)는 이러한 구성이 ‘화자의 태도’를 나타내 준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내세워 ‘주어 지향적 양태’로 규정하여 엄밀한 의미에서 양태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구성이 ‘화자의 태도’를 나타내 주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하는 이상, 양태의 논의 속에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하리라 본다.


      3.4. 논항

  논항은 술어의 의미적 구현 및 통사적 구현에 모두 관여하므로 의미론적 대상일 뿐만 아니라 통사론적 대상이기도 하다. 2004년에 발표된 논항과 관련된 논문들 중에서 의미론의 연구에 해당하는 내용을 간추려 보고자 한다. “논항의 판별 기준”(김영희), <국어 명사의 논항 구조 연구>(이선웅), “형용사 논항 의미분류 표준화를 위한 기초 연구 -‘크다, 작다, 많다, 적다’를 중심으로-”(박철우·남승호), “개념의미론의 의미구조 기술과 논항 연결: 이동동사, 움직임 동사 구문을 중심으로”(양정석) 등이 있다.
  “논항의 판별 기준”(김영희)은 부가어와 혼동되기 쉬운 논항, 즉 문장 층위 논항인 내부 논항 가운데 보족어들을 가려내는 기준을 추구한다. 이전에 제시된 관계절 머리명사 되기나 무표격 현상이 불충분함을 지적하고, ‘것’ 쪼갠문을 이용한 방식을 제시한다. 부가어들은 ‘것’ 쪼갠문의 초점 성분이 될 적에 서술적 후치사인 조사를 반드시 동반해야 하나, 논항들은 ‘것’ 쪼갠문의 초점 성분이 되면 예외 없이 격 표지나 비서술적 후치사인 조사를 배제하므로 가장 엄정한 논항 판별 기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선웅의 박사 학위 논문 <국어 명사의 논항 구조 연구>는 명사구 내부의 통사 구조, 그중에서도 특히 명사구 내부에서 핵 명사가 취하는 논항들의 실현 양상을 기술하고 해석하려는 목적이 있다. 연구의 광범위한 결과들 중에서 의미론적 내용의 일부를 간략히 살펴보자. 첫째, 본질적인 면에서 명사도 통사·의미적으로 동사처럼 논항을 취하지만, 대응하는 의미를 지닌 동사가 존재하는 술어 명사의 논항 구조도 동사와는 독자적인 구조를 이룬다. 둘째, 의미역을 실현하기 위해 명사의 논항이 이용할 수 있는 표지는 ‘의, 에 대한, 에 의한, (으)로 인한’ 정도로 빈약하게 한정되어 있어서 명사의 논항이 동사의 논항과 비교해 표지 실현 양상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셋째, 술어 명사구에서 술어 명사가 논항에 미치는 영향성(affectedness)의 정도가 클수록 ‘의’ 표지 혹은 무표지를 ‘에 대한’ 표지보다 선호하며 영향성의 정도가 작을수록 ‘에 대한’ 표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형용사 논항 의미분류 표준화를 위한 기초 연구 -‘크다, 작다, 많다, 적다’를 중심으로-”(박철우·남승호)는 ‘크다/작다’와 ‘많다/적다’의 통사·의미적 특성을 밝힘으로써 표준적 어휘 사용의 근거를 확립하고 나아가 규범 제정에 기여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 형용사들이 한 자리 논항, 즉 주어만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술어라고 보고, 논항 자리에 올 수 있는 명사 부류에 따른 의미 부류를 제시하였으며, 동일한 명사 논항에 나타나는 이들 형용사 부류 사이의 의미 차이를 서술형과 관형형의 경우로 나누어 대조한 결과를 제시한다.
  “개념의미론의 의미구조 기술과 논항 연결: 이동동사, 움직임 동사 구문을 중심으로”(양정석)는 한국어의 이동동사 구문과 움직임 동사 구문의 의미구조의 논항과 통사구조의 논항이 대응될 때 포착되는 규칙성을 포착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Jackendoff(1990, 1997, 2002)의 체계를 받아들여, 논항 대응의 규칙성을 논항 연결 원리, 부가어 대응규칙, 어휘항목의 세 가지 형식으로 포착한다.


      3.5. 기타

  상(相)을 다룬 논문으로 “‘-고 있-’과 부분성(部分性)”(신언호)이 있는데, 이 논문은 ‘-고 있-’을 동작상으로 인식하여 ‘진행상’으로 처리하던 기존의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관점상’의 시각에서 불완전성에 따른 부분성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 부분성에 의한 ‘-고 있-’의 부차 의미로 제한성, 확장성, 미완결성도 설정하며, 기존의 주요 의미로 다루어지던 반복이나 습관을 시간의 폭과 관련지어 ‘-고 있-’과는 관계없는 명제의 내용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어의 복수성과 총칭성/한정성”(전영철)은 한국어 복수 표현의 의미론적 특성을 살피고, 이와 관련된 총칭성 및 한정성의 실현 양상에 대해 살핀다. 복수접미사 ‘들’의 유무에 따라 ‘들’-복수형과 Ø-복수형을 나누고, 전자는 합(sum)의 해석을, 후자는 집단(group)의 해석을 가진다고 파악한다. 총칭명사구는 일종의 집단이므로 Ø-복수형으로 실현되며, 한국어에서 복수성과 한정성은 특별한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4. 화용론

  화용론 부문에서 많이 다루어진 주제로는 정보구조, 담화표지, 의사소통구조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을 차례로 살펴보고 그 밖의 주제와 관련된 논문들도 간략히 정리하고자 한다.


      4.1. 정보구조

  2004년에는 한국어 정보구조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활발하였는데, 화제만을 혹은 초점만을 다룬 논문도 있고, 이 둘을 모두 다룬 논문도 발표되었다. 박사 학위 논문으로 이영주의 가 있고, 일반논문으로는 “초점과 주제의 음성학적 관련성”(김용범), “Contrastive Topic/Focus, Scalar Implicatures and Polarity”(이정민), “Information Packaging and the Korean Topic Constructions”(이현우), “주제어와 대조초점-어순 및 강세와 관련하여-”(최규수), “Focus and Specificity in Wh-Scrambling: An OT Account”(최혜원) 등이 있는데, 이들의 성과들을 개관하고자 한다. 이 논문들의 논의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대조초점과 관련된 부분이다. 여러 논문에서 대조초점의 개념적 정립과 관련된 논의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으나 이 용어는 상당히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더욱이 그 논의들이 거의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상호 간의 견해를 수렴하는 과정의 필요성을 느낀다. 이와 관련하여 조금 상세하게 다루어 보고자 한다.
  “초점과 주제의 음성학적 관련성”(김용범)은 주제 및 초점 이론에 입각하여 한국어의 주제와 초점이 세분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이에 대한 실험음성학적 증거를 제시한다. 주제표지 ‘는’은 주제, 대조주제(contrastive topic), 대조초점(contrastive focus)으로 세분되고, 초점의 ‘가’는 확인초점(identificational focus)과 정보초점(informational focus)으로 세분되어 비초점의 ‘가’와 대립한다고 주장한다. 논의의 중심은 대조주제와 대조초점의 구분 및 확인초점과 정보초점의 구분에 놓여 있으며, Prince(1981)와 Gundel(1999)의 화용론적 이론 및 Rooth(1985)의 대안집합의 개념을 이론적 배경으로 삼는다. 먼저, 확인초점과 정보초점의 구분 근거를 살펴보자. 확인초점은 첫째, 대안집합의 원소들이 화맥에 활성화된 개체이고, 둘째 대안집합의 크기는 작고, 셋째 강한 배타성 함축을 지닌다고 본다. 이에 반해, 정보초점은 대안집합이 비생소한(non-brand-new) 대상이며, 둘째 대안집합의 크기가 크고, 셋째, 배타성 함축이 약하다고 구분한다.
  대조주제와 대조초점의 구분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대조주제는 주제의 한 변형으로, ‘애들은 뭘 먹었지?’에 대한 대답으로 ‘영수는 라면을 먹고 영희는 만두를 먹었어요.’라고 답했을 때 ‘영수는’과 ‘영희는’에서 나타난다고 본다. 질문에 나타나는 ‘애들은’이 주제인데, 주제는 첫째 활성화된 열린 명제가 부재하고, 둘째 대안집합의 원소가 한 개의 개체로 활성화되어 있고, 셋째 배타적 함축이 없는 속성을 가진다고 파악한다. 이에 대해 대조주제는 주제의 첫 번째와 세 번째 속성은 공유하되 대안의 수가 둘 이상이고 각 대안에 대해 서로 다른 서술이 행해지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한편, 예를 들어, 회의 도중 휴식 시간에 ‘영수랑 만수랑 다 갔어?’라는 질문에 ‘(만수는 잘 모르겠고) 영수는 갔어.’라는 대답을 했을 때 ‘영수는’에서 대조초점이 실현된다고 한다. 대조초점은 대조주제와는 달리 억양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사실과 함께, 첫째 활성화된 열린 명제가 존재하고, 둘째 대안 집합의 크기가 작고 지문에 주어진 개체이며, 셋째 무관심 혹은 무지의 함축이 존재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대조주제와 구별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김용범은 주제의 ‘는’ 이외에 대조주제의 ‘는’과 대조초점의 ‘는’을 설정했으며 이 두 범주는 대조라는 상위 범주를 형성하는 셈이다.
  이상에서 김용범의 견해를 정리해 보았는데, 논의의 편의상 김용범의 입장을 지렛대로 하여 다른 이들의 견해들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주제어와 대조초점-어순 및 강세와 관련하여-”(최규수)는 ‘는’의 용법을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주제어이고 나머지는 대조초점이다. 그런데 최규수의 주제어는 김용범의 주제와 대조주제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최규수의 대조초점과 김용범의 대조초점은 동일한 범위를 일컫는다. 그는 대조초점의 ‘는’만이 선택항과 나머지항을 ‘포함하거나 배제하는’ 범위관계를 반영한다고 본다. 즉, 대조초점은 나머지항을 배제하는 범위 관계를 반영하는 반면에 주제어는 이에 대해 비관여적이어서 나머지항이 배제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파악한다. 이런 맥락에서 ‘영희-는 학교에 갔는데, 철수-는 시장에 갔다.’나 ‘영희-는 학교에 갔는데, 철수-는 가지 않았다.’의 ‘는’을 대조초점이 아니라 주제를 위한 표지로 처리한다. 그의 견해의 또 다른 특징은 형태론적 표지와 어순이 정보구조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인 반면에 강세는 단지 보조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영희는 시장에 갔다.’라는 문장에서 ‘영희는’은 어순상 주제어에 해당하므로 아무리 강세를 준다고 하더라도 대조초점이 되지 못한다고 본다.
  “Information Packaging and the Korean Topic Con- structions”(이현우)는 문장의 화제를 맥락 설정(context setting)의 관점에서 정의한다. 즉, ‘는’-표지 구(topic-marked phrase)의 지시물이 발화 시의 대화 기록상에 충분히 현저한 개체로 등장하는 맥락을 설정하는 것이 문장화제의 기능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화제 표지 ‘는’의 용법을 주제제시(theme presentation), 주제제시+대조(theme presentation+contrastiveness), 대조의 셋으로 구분하여, 주제제시와 주제제시+대조의 두 용법의 지시물은 가장 현저한 반면에 대조의 지시물은 단지 어느 정도 현저하다고 구별한다. 그는 ‘는’을 이렇게 세 용법으로 가르는데, 사실은 주제제시와 대조의 두 기능에 대해 일차적으로 구분하고, 이에 덧붙여 주제제시는 대조를 동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취해서 결국은 세 용법으로 구분한 셈이 된다. 주제제시의 용법을 위한 지시체는 발화 시점에 이미 담화 범위 내에 등록되어 있어야 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단지 대조로 사용된다고 파악한다. ‘철수는 학교에 갔다.’와 같은 문장이 맥락의 처음에 발화된다면, ‘철수는’은 전형적인 주제제시의 용법으로도 사용되고, 또한 철수와 대조되는 암묵적인 대상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주제제시+대조의 용법으로도 사용된다고 본다. 또한, 적정한 맥락 중에서는 대조의 용법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이현우는 ‘는’의 용법을 이러한 세 가지로 구분한다.
  “Focus and Specificity in Wh-Scrambling: An OT Account”(최혜원)는 ‘는’을 주제와 대조초점의 두 용법으로 구분하는데, 대조초점이라는 용어를 ‘가/를’의 한 용법을 위해서도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최혜원은 최혜원(1999)에서부터 이러한 입장을 취해 오고 있는데, 대조초점을 현저성(prominence)이라는 자질의 측면에서 정의한 결과이다. ‘순이가 인호는 만났어.’는 ‘순이가 인호를 만났어.’와는 달리 ‘인호’는 순이가 만날 수도 있었던 다른 사람들과 대조된다는 점에서 현저성을 획득한다. 그리고 ‘민호가 무엇을 샀어?’에 대한 대답으로 ‘책을 민호가 샀어.’와 같이 ‘책을’을 문두로 보내면 기대하지 않았음 혹은 놀라움의 효과가 덧붙여져서 현저성을 획득한다고 한다. 이와 같이 최혜원은 대조초점이라는 한 범주 안에 ‘는’과 ‘가’라는 두 형태론적 표지에 의해 실현되는 현상들을 함께 포함시키는 입장을 취한다.
  “Contrastive Topic/Focus, Scalar Implicatures and Polarity”(이정민)는 양보의 ‘도’와 대조주제의 ‘는’이 기저의 양보 의미에서 도출되는 척도의 관점에서 공통된 속성을 지님을 보여 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조표지 ‘는’은 척도상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요소를 부정하는 상례적 함축(conventional implicature)을 촉발한다. 이정민은 일련의 논문에서 ‘는’을 주제와 대조주제의 둘로 구분한다. ‘는’의 용법을 둘로 나누었다는 점에서는 최규수와 동일한 입장이지만, 나누는 기준 및 내용에서는 차이가 난다. 이정민은 김용범의 주제를 그대로 주제로 파악하고, 김용범의 대조주제와 대조초점을 대조주제라는 한 범주로 파악한다. 반면에 최규수는 김용범의 주제와 대조주제를 주제로 파악하고, 김용범의 대조초점을 동일하게 대조초점으로 파악한다. 한편, 이정민도 대조초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김용범의 확인초점에 상응하는 범주로 쓰인다.
  이상에서 김용범, 최규수, 이현우, 최혜원, 그리고 이정민에 이르기까지 한국어 정보구조와 관련된 입장들을 정리해 보았다. 화제표지 ‘는’과 격표지 ‘가/를’이 정보구조와 관련되어 어떻게 파악되는지를 살폈고, 학자들 간에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대조초점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큰 차이를 보였는데, 김용범과 최규수는 ‘는’의 한 용법으로 보고, 최혜원은 ‘는’ 및 ‘가/를’ 각각의 한 용법으로 보고, 이정민은 ‘가/를’의 한 용법으로 보는 다양성을 보였다. 대조초점이라는 용어가 초점 관련 논의에서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학자들에 따라 대조초점, 확인초점(identificational focus), 좁은 초점(narrow focus)이 혼용되었으며 그 적용 범위도 일정하지 않다(Kiss 1998). 한편, 여러 언어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대조초점의 논의(Kiss 1998, Vallduvi/Vilkuna 1998 등)를 자세히 관찰하면, 한국어의 ‘는’의 용법의 일부와 ‘가/를’의 용법의 일부를 통합하여 대조초점으로 처리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이들 언어에서 대조초점의 현상을 분명히 나타내는 표지가 없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어에는 ‘는’과 ‘가/를’이라는 분명한 형태론적 표지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어의 이러한 특질을 바탕으로 대조초점의 현상을 면밀하게 검토하면 이와 관련된 논의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초점과 관련된 또 다른 논문으로 이영주의 박사 학위 논문 이 있다. 이 논문은 한국어의 두 초점 첨사 ‘만’과 ‘도’의 영역을 연구한 논문이다. 이 초점 첨사로 이루어진 초점구(focused phrase)가 양화사구(quantifier phrase)와 동일하게 의 의미 유형을 가지므로 모두 일반 양화사(generalized quantifier)로 범주화할 수 있어서 영역의 측면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 주리라 예측할 수 있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 주는 논문이다. 이 두 초점구는 양화사구보다 훨씬 더 다양한 영역적 속성을 보여 주며, 이들도 서로 다른 영역적 속성을 가진다. 우선 배제의 첨사 ‘만’은 영역-수반(scope-bearing) 요소가 아니라 ONLY라는 추상적 머리(abstract head)의 존재를 표시하는 일치 형태소(agreement morpheme)라고 제안하고, 총망라(exhaustivity)라는 양화적 힘에 대한 실제적 근원은 이 ONLY라고 한다. 한편, 첨가의 첨사 ‘도’는 스스로 양화적 힘을 가진다는 점에서 ‘만’과 다름을 주장하고, ‘도’의 영역적 속성을 첨가의 첨사에 대한 조응적 견해(the anaphoric view of the additive particle), 의미론적 결속(semantic binding), 경제의 원리(principles of economy)라는 세 가지 요소에 근거하여 설명한다.


      4.2. 담화표지

  담화표지란 선·후행 발화 사이의 의존성을 표현하거나 담화의 의미적 결속을 돕는 장치를 말한다. 이와 관련되어 발표된 논문들로는 “‘왜’의 담화적 기능”(구종남), “‘좀’ 문법화의 의미, 화용론적 연구”(주경희), “담화표지 ‘인자’의 정보 유도와 응집성 실현”(김광희) 등이 있다.
  “‘왜’의 담화적 기능”(구종남)은 ‘왜’의 용법을 의문사적, 부정사적, 담화표지적 용법의 세 가지로 구분하고, 이 중에서 담화표지 용법의 형성과 그 담화적 기능에 대해 자세히 논한다. ‘왜’의 담화표지적 용법이 형성된 것은 담화 수행상 ‘왜’와 관련된 의문의 사태가 언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 ‘왜’가 문두에 실현되지 않고 문장 중간에 나타나는 데서 비롯한다고 본다. 그리고 ‘왜’의 담화표지적 기능은 의문의 사태가 언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 나타난다고 보는데, 이 경우를 두 가지로 분리하여 제시한다. 첫째는 ‘왜’가 문제 삼는 사태가 문맥적으로 추론되는 경우인데, 이때 ‘왜’는 상대의 발화의도 확인 기능, 발화 내용에 대한 이의 제기 기능, 발화 내용에 대한 반박 기능, 기대부정의 심리태도 표출 기능, 이해 불가의 심리태도 표출 기능, 불쾌감 표출 기능 등의 담화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다. 둘째는 ‘왜’가 문제 삼는 사태가 문맥적으로 추론되기 어려운 경우인데, 이때 ‘왜’의 기본적인 담화 기능은 막연한 이유 관련 의문을 통한 환기적 기능이라고 본다. 이와 더불어 시간 벌기 기능, 초점적 기능 등의 담화적 기능도 수행한다고 본다.
  “‘좀’ 문법화의 의미, 화용론적 연구”(주경희)는 담화표지로서의 ‘좀’이 부사 ‘좀’과 어떤 의미적 차이가 있는지를 밝히고, 나아가 부사 ‘좀’으로부터 담화표지 ‘좀’으로의 변화를 일종의 문법화로 간주하고 그 문법화의 과정을 포착하려고 한다. 우선 담화표지 ‘좀’이 부사 ‘좀’과 다른 점은, 첫째 분량 표시의 의미를 실현하지 않으며, 둘째 그 기능이나 용법이 담화 층위와 관련된다는 것이다. 한편, 부사 ‘좀’은 [+분량이나 정도], [+언어외적 상황], [+주관성]의 의미자질들로 기술될 수 있는데, 이 중에서 [+분량이나 정도]의 자질이 약화되거나 탈락되고, [+언어외적 상황], [+주관성]의 의미자질들의 존재가 전경화되고 또 이 과정에서 [+주관성]이 [+화자 태도와 관점 표현]으로 구체화되어 담화표지의 기능을 획득하게 된다고 ‘좀’ 문법화를 설명한다.
  “담화표지 ‘인자’의 정보 유도와 응집성 실현”(김광희)은 전남지역 방언 화자들의 입을 통해 듣는 민담을 통하여 구술담화가 서사적 텍스트를 구성하기까지 작용하는 텍스트성의 조건들을 분석하고, 담화표지로서의 ‘인자’가 텍스트의 응집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담화표지 ‘인자’의 텍스트 내에서의 기능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인자’의 텍스트 기능이 정보의 유도 기능을 보이며 이 정보를 선행 정보에 통합시킨다. 둘째, ‘인자’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의사 전달의 과정은 테마(theme)와 레마(rheme)의 연결 과정이며, 이를 통해서 화자와 청자 사이에 정보전달이 이루어진다. 셋째, 담화 표지 ‘인자’는 레마를 유도하기 때문에 담화의 도입 정보에는 ‘인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4.3. 의사소통구조

  의사소통의 구조 및 실태 등을 다룬 여러 편의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의사소통에 대한 이론적 연구로는 “발화의미 분석의 시스템적 접근”(이찬규), “담화의 관계층위 연구”(임칠성), “의사소통에서 미결정적 정보내용의 명시화 과정 연구”(이성범), “의사소통 구조의 화용적 연구”(이유미) 등이 있고, 특정한 의사소통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다룬 연구로는 “인터넷 광고의 소통구조와 언어적 특성”(이은희), “중·고등학생의 의사소통 실태 조사”(김순자·김명희) 등이 있다.
  “발화의미 분석의 시스템적 접근”(이찬규)은 의사소통적 분석(communicating analysis) 방법, 그중에서도 시스템 이론을 이용하여 발화의미를 분석함으로써 거시적인 관점에서 여러 변인들을 고려할 수 있어서 더욱 효과적인 분석이 가능함을 보여 준다. 화용적 층위의 의미 분석이 담화 상황이라는 틀을 제시하여 의미 분석의 정확성을 높였다면 시스템을 통한 분석은 의사소통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의미 분석의 변인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 해석의 정확성을 높여 준다는 것이다. 한편, 의사소통에서 소통자들은 시스템을 이루는 모든 구성 요소들을 하나하나 인식하면서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퍼지적인 방식으로 이 중 일부를 선택적 도구로 활용한다는 사실도 보여 준다.
  “담화의 관계 층위 연구”(임칠성)는 담화가 내용 층위뿐만 아니라 관계 층위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분명히 지적하고, 언어 층위와 맥락 층위에서 관계 층위들이 표현되는 양상을 밝힌다. 내용 층위란 언어적 내용과 관련된 층위이고, 관계 층위란 화자와 청자를 비롯하여 담화와 관련된 참여자들 사이의 대인 관계(interpersonal relation)에 관련된 층위이다. 관계 층위는 내용 층위와 함께 담화의 중요한 축임에도 이제까지 담화의 연구는 내용 층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실제 담화 양상을 살펴보면 화자들이 관계 개선을 위해서 담화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관계 개선 자체가 담화의 목적이 되는 경우가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관계 층위는 내용 층위의 담화 목표 달성 여부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는 사실도 보여 준다.
  “의사소통에서 미결정적 정보내용의 명시화 과정 연구”(이성범)는 의사소통 시 미결정적 발화의 의미 해석이 명제의미론적 의미 처리와 화용론적 함축 의미 처리의 병렬적 과정을 거쳐 이루어짐을 보여 준다. 미결정적인 발화는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규칙에 가깝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그라이스이론이나 적합성이론이 취하는 선명제적 의미처리-후화용적 의미처리의 축자적 의미처리 모형으로는 다양한 의미현상을 처리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그 대신 미결정적 발화는 이 두 가지 의미 처리가 서로 구별되나 상호 연결되어 있는 과정을 병렬적으로 거쳐 의미 해석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이전의 방식과는 달리 화용론적 해석이 의미론적 해석을 뒤따르기를 요구하지 않으며, 이 둘은 선후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독립적인 별도의 모듈에서 병렬적으로 일어나되, 필요한 경우에는 상호작용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인터넷 광고의 소통구조와 언어적 특성”(이은희)은 인터넷 광고가 지니고 있는 언어적 특성이 무엇인지를 인터넷 광고의 소통구조라는 측면에서 고찰한다. 지면 및 시간의 한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완결된 설득적 텍스트로서의 광고의 기능이 부각되면서도 이에 대한 명시적인 언어학적 분석이 미미한 실정에서, 텍스트적 특성과 표현적 특성이라는 두 측면에서 언어학적 분석을 시도했다는 의의가 있다.
  “중·고등학생의 의사소통 실태 조사”(김순자·김명희)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토대로 의사소통 유형별 언어 사용 실태와 의사소통 능력에 따른 문제 발생 경험 실태와 요인을 연구하였다. 의사소통의 유형을 친교 대화, 수업 시간의 발표, 토의·토론의 셋으로 나누어 관찰하였는데, 연구의 내용은 첫째 각 의사소통 유형별로 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분석하여 변인별 언어 사용 방식을 알아보고, 둘째 의사소통 유형별로 언어 사용 능력과 문제 발생 경험 실태와의 관련성을 분석하고, 언어적·비언어적 문제 발생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4.4. 기타

  공손(politeness)과 관련된 논문으로 전혜영의 “한국어 공손표현의 의미”와 구현정의 “공손법의 실현양상”과 “존비어휘화에 나타나는 인지적 양상” 등이 발표되었다. “한국어 공손표현의 의미”(전혜영)는 공손표현의 장치들이 어휘에서만이 아니라 통사·화용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것임을 보이고, 공손의 의미를 갖게 되는 의미적 근거와 공손표현의 고정성 문제, 공손의 정도성 문제를 다룬다. 존비어휘화에 나타나는 인지적 양상”(구현정)은 사람이나 사물, 태도와 관련되는 높임이나 낮춤이 어떤 방식으로 어휘화되어 있는지를 검토하고, 높임과 낮춤을 표현하는 어휘화에 반영된 한국인의 인지적 특징을 밝히고자 한다.
  “전제의 유형”(문금현)은 한국어 전제의 유형을 분류하고 이들 전제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생성 기제를 살펴본다. 전제를 고정적 전제와 유동적 전제로 크게 분류하고, 고정적 전제를 유발하는 생성 기제들에 대한 강도를 조사하여, 접두파생동사, 반복부사, 성상부사, 접두파생명사, 상징부사 등의 어휘적 전제의 생성 기제들이 강한 전제를 유발한다는 결과를 얻는다. 논문에서도 지적하듯이, 한국어를 대상으로 하는 전제의 연구가 극히 드문 상황에서 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라는 의의를 지닌다.


  5. 맺음말

  2004년에 의미론 분야로 발표된 논문들을 어휘의미론, 문장의미론, 화용론의 셋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각 분야별로 나타난 특징을 정리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어휘의미론에서는 자연언어처리와 관련하여 어휘의 의미를 연구하려는 노력이 뚜렷하였다. 어휘를 다루는 논문은 무척 많았으나, 어휘의 의미 체계에 관한 주제만을 다루었기 때문에 어휘에 관한 많은 논문이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문장의미론에서는 어미, 조사, 양태, 논항과 관련되는 의미 현상을 다룬 논문들을 살펴보았는데, 이 의미 현상들에는 맥락적인 요소들도 빈번히 개입하므로 의미·화용론적 설명들이 많이 동원되었다. 화용론에서는 정보구조, 담화표지, 의사소통구조 등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어 정보구조의 문법화에 대한 서로 상이한 견해들을 비교적 자세하게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