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20년사

창 닫기

성과

어문 규범의 관리로마자 표기법 개정

1972년 문교부가 발간한 “대한민국 주요 지명 일람표”와 “대한민국지도”는 그간 혼란을 겪고 있던 지명(地名)에 대한 로마자 표기법을 통일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때까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국어심의회 외래어분과위원회가 1959년에 제정했던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고 있었지만, ‘대구’를 ‘DAEGU’ 또는 ‘TAEGU’로 쓰는 등 실제로는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 같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의 혼동은 상호 간의 정보 교류를 저해하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문교부는 1978년에 마련한 어문 관계 4개 개정 시안에 로마자 표기법 개정 시안을 포함하였다. 이 개정 시안은 표기의 기본 원칙에 있어서는 현행 표기법이 한글 맞춤법을 그대로 로마자화하도록 했던 것을 완화하여 원어로의 환원성이 크게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러나 이 시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치는 과정에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원칙은 국어 표준 발음에 따라 로마자로 표기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 1982년에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
1980년대에 이르러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외래어 및 로마자 표기의 통일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널리 제기되었다. 이를 반영하여 1982년 10월, 문교부는 1978년에 만들었다가 공포를 유보해 둔 4개 어문 관계 표준안 중 로마자 표기법을 그 해 말에 확정 공포하기로 하였다. 이미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대비하여 로마자 표기법의 표준 시안을 완성해 놓은 상태였다. 이 시안은 당시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었던 문교부 안(전자법)과 매큔 라이샤워 안(표음법)의 장점을 합쳐 만든 절충안이었다. 그리하여 이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개정안’은 1983년 11월에 최종 확정되었며, 12월에 문교부령으로 공포, 이듬해인 1984년부터 시행하게 되었다.
문교부가 1984년 1월 정식으로 발표한 새로 고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종래의 전자법 대신 우리말의 표준 발음을 소리 나는 대로 적도록 한 것이었다. 이 표기법은 그동안 명문화된 규정이 없었던 인명 표기에 관한 규정을 설정하여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쓰도록 했고, 이름 사이에는 짧은 줄표(-)를 넣게 하였다. 또한 인명과 지명 등 고유명사의 표기는 국제 관례 및 종래의 관습적 표기를 고려하도록 하였으며 일정한 범위 내에서 관용을 허용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1990년대에 이르러 컴퓨터 등을 이용한 정보 처리와 관련하여 한글의 로마자 표기 문제가 다시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그때까지 이용되던 1982년의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이 지나치게 어렵고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자음의 어깨점(’)과 모음의 반달표(˘)는 컴퓨터 자판에 없어 입력과 검색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특수 부호를 생략하거나 무시하고 무원칙한 표기를 남발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또한 같은 ‘ㄱ, ㄷ, ㅂ, ㅈ’을 유성음일 때와 무성음일 때를 구분하여 적도록 하는 방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원칙이었다. 또한 컴퓨터 키보드의 글자판이나 한글 코드가 각 회사의 제품마다 서로 달라 사용자들은 큰 혼란과 불편을 겪고 있었다. 더욱이 국내에서도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이 통일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남북한 간에도 서로 달라 표준 규격 제정을 둘러싸고 의견이 대립하기도 하였다.
1984년에 정부의 공식적인 표기법으로 공포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반달표와 어깨점 등 특수 기호 때문에 컴퓨터에 쓰기 어려웠고 낯선 기호를 외국인이 알아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국립국어연구원은 로마자 표기법의 개정을 위한 조사와 연구를 실시하였다. 그 일환으로 1996년 12월에는 로마자 표기법과 외래어 표기법 관련 사정을 조사하기 위해 타이와 베트남을 방문하여 조사하였다. 같은 시기에 “국어의 로마자 표기 자료집”을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에는 과거 주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과 국내 인명 및 단체의 로마자 표기 사례, 그리고 외국의 한국 지명과 인명에 대한 표기 사례가 그에 대한 분석과 함께 수록되었다.
1997년 2월에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 11명이 로마자 표기법 개정 실무위원회를 조직하여 5차에 걸친 회의를 진행하였다. 이어 5월에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개정 시안을 놓고 공청회를 개최했으며, 6월에는 이에 대한 국어심의회 표기법분과위원회의 회의가 개최되었다. 1999년 4월에는 전문 학자 6명으로 구성된 ‘로마자 표기법 개정 소위원회’가 조직되어 모두 11차례의 회의를 진행하였다. 이어 6월에는 관련 인사를 초청하여 토론회를 열었으며, 전문가 283명과 일반인 4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도 실시하였다 그리하여 10월 18일에 개정 시안을 확정하고, 11월 19일에 로마자 표기법 개정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이때 마련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그간 가장 큰 불편 요인으로 지적되었던 반달표(˘), 어깨점(’) 등의 특수 부호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2000년 1월부터 3월까지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정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개정안에 대한 지역 인사들의 의견을 듣고자 10개 주요 도시에서 공개 토론회 및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1월에는 부산, 대구, 광주, 전주, 2월에는 대전, 제주, 춘천, 3월에는 청주, 인천, 울산에서 토론 및 설명회를 진행하였고 이어 4월부터 6월까지는 서울에서 직능별⋅단체별 설명회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두 차례에 걸쳐 로마자 표기법 개정 소위원회를 열어 공개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한 개정안 수정 작업을 진행하였다. 우선 4월 22일에 제12차 소위원회가 열렸으며, 4월 28일과 5월 2일에 관련 단체 설명회 및 행정 기관 설명회를 각각 개최하였다. 5월 12일에는 외국인 대상 공개 설명회를 실시했으며, 5월 13일에는 제13차 소위원회를 진행하였다. 이어 5월 23일에 관계 부처 회의를 열고, 5월 27일과 6월 3일에 국어심의회 표기법분과위원 초청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확정되어, 문화관광부는 2000년 7월 7일 문화예술진흥법 제7조 2항에 의해 ‘문화관광부 고시 제2000-8호’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고시하였다.

[표 2-3] 주요 로마자 표기법 대조표
표기법 원칙 자음 모음 기타
ㄱ, ㅋ, ㄲ ㅈ, ㅊ, ㅉ
1939년 MR 안 전사 k/g, k’, kk ch/j, ch’, tch ŏ ŭ 구별 부호 사용
자음의 유ㆍ무성 구별
1948년 문교부 절충 k/g, kh(k’),gg ch/j, chh, dch ŏ ŭ 구별 부호 사용
자음의 유ㆍ무성 부분적 구별
1959년 문교부 전자 g, k, gg j, ch, jj eo eu 단모음 표기에 2자 사용
1984년 문교부 전사 k/g, k’, kk ch/j, ch’, tch ŏ ŭ 구별 부호 사용
자음의 유ㆍ무성 구별
2000년 문화관광부 전사 g/k, k, kk j, ch, jj eo eu 단모음 표기에 2자 사용
자음을 음운 환경에 따라 구별

이후 7월부터 9월까지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 신문 등의 언론 매체를 통한 로마자 표기법 홍보 사업을 전개하였다. “로마자 표기 용례 사전”은 우리나라 주요 지명과 문화재명 약 8,000여 항목에 대한 로마자 표기를 수록한 것으로, 행정구역명, 자연지명, 교통 관련 지명, 문화재, 역사 지명 관련 항목이 수록되어 있다. 이 항목들은 종전의 표기법과 개정된 표기법의 대조표 형식으로 작성하여 독자들이 수정 사항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2001년에는 월간 “로마자 표기법 소식”을 발간⋅배포하여 개정된 로마자 표기법을 홍보하였다.
2001년에는 성씨 로마자 표기에 관한 조사와 회의가 거듭되어, 6월과 8월에 성씨 로마자 표기에 관한 공개 토론회 및 여론 조사가 이루어졌다. 이어 3차례에 걸친 전문가 회의가 개최되었으며, 12월에는 국어심의회 표기법분과 회의가 개최되었다.
2002년에는 국내 주요 기관 및 단체의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로마자 표기 준수 실태 조사를 실시했으며, 로마자 표기 홍보 조견표 ‘Korean Romanization’을 제작⋅배포하였다. 그리고 2003년에는 정부 각 기관의 영문 누리집을 대상으로 로마자 표기법 준수 실태를 조사했으며, 그 결과를 각 기관에 통보하였다.
2004년에는 2001년 이후 간행된 해외 홍보용 책자 및 국내외에서 발간된 지도, 백과사전, 한국 안내 책자 등을 대상으로 로마자 표기 준수 실태를 조사하였다. 그리고 ‘고구려’에 대한 로마자 표기 관련 국어심의회를 개최하여 이를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Goguryeo’로 적되 국제 관계상 필요한 경우에는 괄호 안에 ‘Koguryo’를 병기할 수 있도록 확정하였다.
한편, 성씨에 대한 로마자 표기가 서로 달라 혼란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 계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2009년 6월에는 인명의 로마자 표기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2000년에 제정된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도로 표지판 등 지명 표기의 표준화는 상당히 진행된 반면, 인명의 경우에는 2001년 1차 시안을 마련할 때, 예외 허용 범위와 관련한 논란으로 논의가 답보 상태에 처해 있었다. 이후 2002년을 끝으로 그에 관한 공식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다가 2009년에 성씨 로마자 표기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하였으며(2009. 6. 25.) 여론을 지속적으로 수렴하여 성씨 표준 표기안 마련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