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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연구원 1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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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연구원 개원 10주년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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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연구원 개원 10주년을 맞아

김한길 / 전 문화관광부 장관

지난 1991년 1월 국립국어연구원이 문화부 소속의 국립 기관으로 출범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었습니다. 국가의 어문정책 수립을 뒷받침해 줄, 우리의 말과 글을 연구할 국립 기관의 필요성을 그동안 우리는 절감해 왔기 때문입니다. 국어학계는 물론이요, 온 국민의 기대와 관심 속에 태어난 국립국어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참 많은 일을 해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8년이란 긴 시간을 공을 들인 『표준국어대사전』의 편찬과 발간은 국어연구원이 거둔 큰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전은 기존의 사전들이 서로 달라서 우리 국민이 겪어야 했던 불편과 고충을 덜어 주었고, 나아가 남북 통일에 대비한 우리말 정리 작업이란 측면에서도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귀한 저작입니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언어 예절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하여 표준 화법을 제정한 것도 국립국어연구원이 거둔 성과입니다. 국립국어연구원은 또한 구소련과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동포 교사들을 초청하여 우리의 어문 규범을 보급하고, 각 전문 분야 용어들에 대한 국어 순화 사업도 꾸준히 계속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7월 문화관광부는 새 로마자 표기법을 고시하였는데 여기에는 국어연구원이 약 5년에 걸쳐 행한 조사와 연구가 바탕이 되었습니다. 한편 국어연구원은 개원 초부터 국민들이 언어생활에서 느끼는 궁금증을 풀어 주기 위해 '가나다 전화'를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어연구원이 개설, 운영하고 있는 '국어문화학교'는 출판 분야의 종사자와, 공무원, 또 일반인들이 국어에 관한 지식을 넓히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문화관광부는 특히 언어 정책에 정성을 많이 기울이려고 합니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21세기에는 몇몇 힘 있는 언어들에 눌려 소수 언어가 점점 그 설 자리를 잃어 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으로 인한 세계화, 아니 획일화에 우리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훼손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자국의 언어를 굳게 지켜야 합니다. 자국어를 다듬고 발전시키는 일은 곧 자국 문화의 긍지와 자존심을 지키는 일로 이어지고, 그것은 다시 나라의 자주와 자립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이 지구 위에서 떳떳한 자주 민족으로 살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말과 글을 잘 가꾸고 보존해야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국어를 후손들에겐 좋은 문화유산으로 물려 주고 세계인들에겐 꼭 배우고 싶은 훌륭한 외국어로 보급하면 참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비속어와 축약어, 그리고 외국어와 외래어의 남발을 막는 일에 국립국어연구원이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국어연구원이 개원 10주년을 맞아 『국립국어연구원 10년사』를 발간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강서구 방화동의 독립 청사에서 개원 10주년을 맞이하는 국립국어연구원은 앞으로 더욱 활기차게 국어 연구 사업을 추진할 것입니다. 생각은 말의 씨앗이 되고 말은 글의 씨앗이 된다고 하지만 거꾸로 말과 글이 우리의 정신을 키우는 싹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국민의 맑은 혼과 옳은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 국립국어연구원의 부단한 노력과 건투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