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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국어기본법”국회 통과

작성자 국어연구원 등록일 2004. 12. 30. 조회수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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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기본법”국회 통과

국회는 12월 29일 본회의를 열어 국어기본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국어기본법은 제정 착수 약 2년만에 입법 절차를 마무리짓고 대통령의 공포만을 남겨 두게 되었다. 국어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앞으로 이 법에 따른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이 뒤따를 예정이다.

국어기본법 제정은 2002년 10월부터 추진되었다. 국어의 보전과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법령이 없어 이의 마련이 절실하다고 보아 문화 관광부는 국어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동안 국어에 관한 규정은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과 "문화예술진흥법" 등 여러 법률에 부분적으로 산재해 있어서 실효성 있는 국어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더욱이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은 1948년 제정된 것으로, "대한민국의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동안 필요한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라는 단 한 조만으로 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시행령이나 시행세칙이 없는,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법이었다. 또한 문자의 사용에 관해서만 규정했을 뿐 한국어의 보전과 발전을 뒷받침해주는 법이 아니었다. 이에 문자 사용에만 국한하지 않고 우리말의 총체적인 보전과 발전을 뒷받침해줄 단일 법안을 마련할 필요성을 절실히 인식하게 되어 국어기본법 제정에 나서게 되었다.

국어기본법은 의원입법이 아닌 정부입법으로 제정이 추진되었는데 2002년 10월 9일 발표된 국어발전종합계획에 국어기본법 제정 추진 방침이 포함되었고 이에 따라 2003년 1월 13일 국어기본법 입법 소위원회(위원장 홍윤표 연세대 교수)가 구성되어 2월 28일 국어기본법 초안을 마련하였다.

국어기본법 초안을 놓고 공청회를 수차 거쳤을 뿐 아니라 지방을 순회하며 토론회를 열어 그 의견을 수렴하여 초안을 수정해 나갔으며 재경부, 교육부, 법제처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 절차를 거쳐 정부안으로 확정하여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 국어기본법안은 국회로 이송되어 2004년 12월 7일 국회 문광위, 12월 23일 국회 법사위의 의결을 거쳐 12월 29일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국회에서의 절차까지 마쳐서 공포 시행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국어기본법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국가가 국어의 보전과 발전을 위하여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국어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할 것을 규정하였다. 5년마다 국어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해서 시행해야 하고, 2년마다 국회에 국어의 발전과 보급에 관한 시책과 시행 결과 보고를 하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국어의 보전과 발전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두도록 하였다. (제6, 7, 8, 10조)

둘째, 국어발전기본계획을 심의하고 어문규범을 제정, 개정하는 기능을 하는 국어심의회(60인 이내)의 운영을 명시하였다. 국어심의회는 종래에도 있었지만 문화예술진흥법에 들어 있던 것을 국어기본법으로 옮겼을 뿐 아니라 국어발전기본계획을 심의하는 등 기능을 확대한 것이 특기할 만하다. (제13조)

셋째, 공문서와 교과서는 어문규범을 준수해야 함을 명시하였다. 교과서에서의 어문규범 준수를 위하여 교육부와 문화관광부가 협의하도록 하였다. 공공기관의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하도록 규정하여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1948)과 대통령령인 사무관리규정(1999)의 정신을 계승하였으며 어문정책의 기조를 유지하였다. (제14, 18조)

넷째,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과 창조적인 언어생활의 정착을 위하여 국민의 국어능력을 검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제23조)

다섯째, 한국어의 국외 보급에 필요한 사업을 해야 함을 규정하였다. 재외동포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자 하는 자에게 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국어 교육의 질적 수준을 확보할 수 있게 하였다. (제19조)

여섯째, 국민의 국어능력을 높이고 국어와 관련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전문기관, 단체를 국어상담소로 지정할 수 있게 하였다. (제24조)

일곱째, 국가는 대중이 쉽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전문용어를 표준화하고 체계화하여 보급할 것을 규정하였다. (제17조)

이상에서 보는 것과 같이 국어기본법은 국민의 국어 생활을 규제하는 데 초점이 놓인 법이 아니라 국어의 발전과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활동에 중점을 둔 진흥법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법의 제정에 따라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은 폐지된다. (부칙 제2조)

국어기본법 제정은 여러가지 면에서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데 우선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국어는 우리 민족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수만 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써오던 것이다. 국어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1446년의 훈민정음 반포를 들 수 있고, 1894년 고종이 "법률 칙령은 다 국문으로 본을 삼고 한문 번역을 붙이며, 또는 국한문을 혼용함"을 명한 칙령도 중요하다. 1933년의 한글마춤법통일안 제정이나 1936년의 표준어 사정 등도 중요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국어기본법 제정은 이에 비견될 만한,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더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훈민정음 반포나 고종의 칙령, 맞춤법 제정 등이 모두 문자의 제정과 사용에 관한 것이었지만 국어기본법은 문자를 넘어 한국의 공용어가 한국어임을 명시하고 한국어의 보전과 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어의 세력이 전세계적으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움직임이 꿈틀대는 이 시점에 한국의 공용어는 수만 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써내려온 우리말이라는 것을 법으로 명확히 규정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이번 국어기본법의 제정으로 안으로는 한국어의 발전을 꾀하고 밖으로는 국제적 보급과 확산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동남아와 미주, 유럽 등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 강화와 함께 꾸준히 높아져 왔고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등의 한류 열풍에 힘입어 더욱 한국어에 대한 국외에서의 수요가 커져 있다. 마침 국어기본법이 제정되어 한국어의 국제적 보급을 위해 국가적 지원과 투자를 강화할 수 있게된 것 또한 시의에 맞는 것이다.